중국 길거리 불량식품 이야기. 海外, 생활.


남들은 '추억의 길거리 불량식품'하면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떡볶이나 호떡, 100원하던 아폴로 과자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13년 중국 생활 동안 어린 나를 키운것은 팔할이 길거리 음식이었다. 내 나름대로는 추억의 맛인 셈인데, 우리엄마는 못먹게 했지만 나는 죽어라 먹으러 다닌 중국의 길거리 불량식품 몇가지를 소개해본다.




양꼬치. (羊肉串)
중국어 시간에 항상 선생님 졸라서 학교 아래에 있던 꼬치집에 갔었다. 양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버섯에 소세지까지 30위안만 있어도 진짜 배터지게 먹었었는데. 인상이 험악한 아저씨가 커다란 들통에 고기를 가득 담고 하나하나 손으로 꿰고 있던게 아직도 선명하다. 5위안짜리 튀긴 양꼬치는 고기가 미트볼만큼 컸는데, 고온에서 단숨에 튀겨냈기 때문에 양 누린내가 안나는게 좋았다. 누린내가 안나니, 혹시 '고양이고기'나 '쥐고기'를 쓴게 아니냐는 도시괴담이 돌기도 했었지.

양로우촨이라고 부르는게 맞지만, 내가 살던 동북 지방에서는 -er(儿)발음 사투리가 붙어 양로우촬이라고 했음.
(양꼬치집에서 일하시는 조선족분들 중에는 동북지방에서 오신 분들이 많으니 '양로우촬' 더 달라고 하면 점수를 딸수 있을지도^^?)


안에는 싸구려 분홍 소세지가 들어간다.

계란전병. (鸡蛋饼)
국제 학교였던 우리 학교 앞에는 중국학교가 있었는데, 점심시간만 되면 학생들은 학교 앞에 무여든 리어카에서 점심을 사먹었다. 우리 학교는 급식이 있었고 점심시간에는 외출 금지였지만, 학교의 중국원어민 선생님들이 가끔 리어카에서 점심을 사먹고는 했다. 그때 꼭 부탁하는 것이 바로 계란전병.  중국어로는 찌딴빙 (계란빵?) 
넓게 부친 밀가루+계란 전병에 요우티아오(튀긴빵)+소세지+소스라는 단순한 조합이었다. 몸에는 정말 나쁜 맛이었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생각나고는 했다. 아, 샹차이(고수)는 항상 빼달라고 했었다. 


설탕부분만 빨아먹다 정작 과일은 물려서 못먹음.

탕후루. (糖葫芦)
설탕입힌 과일꼬지. 옛날에는 겨울에만 팔았는데 냉동시설이 좋아진 이후로는 여름에도 판다. 시큼한 맛이 나는 산자에 설탕을 입힌 것인데, 얼린 설탕물은 너무 딱딱해서 가끔 먹다 이가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에는 딸기, 포도, 사과나 키위 같은 과일이나 초콜렛을 입혀 판다지만 난 역시 산자가
 제일.




튀긴 닭고기.
매주 토요일, 동북지하 시장에 가는건 내게는 가장 큰 유희였다. 그곳에는 문구, 화구를 팔았는데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옷이나 악세사리도 팔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DVD나 피규어 같은 만화 굿즈도 팔았었다. 대만에서 들여온 피규어, 일본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로스, 중국어로 된 만화 잡지까지, 나의 덕질의 시작이자 중심지였다. 2-3시간에 걸쳐 그곳을 순회하고 작은 노트 몇권. 굿즈 몇개, 잡지 몇권을 사고 나오면 꼭 구루마에서 파는 튀긴 닭고기를 사먹었다. 3위안, 5위안, 10위안씩 무게를 달고 전분 묻힌 닭고기를즉석에서 튀긴다음, 종이봉투에 담아 미원+고운 고춧가루+후추+정체불명의 초록가루를 뿌려서 준다. 그 외에도 달걀빵이나 계란전병을 팔았지만, 쇼핑을 끝내고 나오면 내게는 언제나 택시비 10위안과 닭고기 5위안어치를 사먹을 돈밖에 없었다. 


사진보다는 좀 더 작고 싸구려인 컵에 담겨나온다

버블티. (珍珠奶茶)
쩐주나이차. 진짜 차는 당연히 아니고, 네스퀵같은 달콤한 가루에 우유도 아닌 물을 섞는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건 초콜렛맛과 딸기맛. 미리 삶아놓은 쩐주(타피오카)를 넣고 맹렬한 기세로 흔들어서 준다. 가루의 비율은 언제나 아저씨 맘대로여서 엄청 달때도 있었고 정말 맛이 없을때도 있었다. 참고로 기본맛인 밀크티 맛은 언제나 기가 찰정도로 맛이 없었음.


모양만 보면 어묵바랑 비슷.

이 외에도 꽤 여러가지, 탕후루 모양의 아이스크림(겉에는 초콜렛을 씌운) 것도 있었고, 즉석에서 재료를 삶아 플라스틱컵(...)에 담아주는 마라탕, 계란 크림빵 (리어카에서 직화로 구워낸다. 벗꽃모양에 노란크림이 들어있고 둥글게 한판을 구워내는데 끄트러머리가 서로 달라붙어있는 경우가 많음, 델리만쥬 비슷한 맛)등등도 있었다. 물론 수박꼬치, 한미과(멜론의 일종)꼬치나 군고구마, 군옥수수 같은 범세계적(...) 먹거리는 물론이고.

내가 중국에서 총 13년을 살았지만 본중에 제일 엽기(?)적인 길거리 음식은 끓인 콜라와 환타 정도.... (심지어 축구장에서 맥주 대신 팔았다..) 위생관념이야 꽝이지만, 여튼 중국이라고 다 바퀴벌레나 귀뚜라미를 먹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얘기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개인적인 입맛의 호불호가 있을수는 있으나 제법 맛있다. 그리고 엄청 싸! (보통 2~5위안)

아, 파는 구루마도 겨울에만 나오기 때문에 먹고 탈난적은 없다. (내가 멜라민 우유 마시고 자라서 멀쩡한걸지도..)


지금 다시 거기로 돌아가면 그걸 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맛이 아직도 날까?
중국을 떠나온지는 벌써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생각이 난다.



덧글

  • 친절한감자씨 2014/05/15 10:28 #

    잘 봤습니다. 1위안 양꼬치 말고는 먹어본게 없네요.. 베이징같은데도 비도심 뒷골목같은데는 1위안 양꼬치가 있긴있습니다...
  • 원심무형류 2014/05/15 10:52 #

    우와... 중국 다시 가고 싶네요 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